저 단풍, 돌 속에 묻혀 있었나
저 단풍, 돌 속에 묻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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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을 닮은 한반도 자생식물 돌단풍. 일러스트레이션 차지우
경북 봉화군 소천면 하천가에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가 있다. 내가 가끔 들르는 곳이다. 최근 대도시 외곽에 우후죽순 생기는 대형 식물원 카페처럼 웅장한 시설을 갖추었거나 화려한 관엽식물을 자랑하는 곳은 아니다. 작은 뜰을 품은 시골 마을의 그저 아담한 카페다. 다만 사람이 심어 기르는 정원수와 자연이 키운 수수한 초목이 무척 조화롭다는 점이 내 눈에는 특별해 보이는 곳. 잡초로 여겨져 뽑혀나가기 마련인 식물들이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를, 나는 그 집 정원에서 몇 번이나 놀란 눈을 비비며 확인했다.
마당에도 협곡 바위 위에도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 카페에신용카드 연체이자
서는 심어 기르는 일본 원산의 나무수국과 만첩조팝나무 아래 스스로 자리 잡은 토끼풀을 뽑아 버리지 않는다. 적당한 관리를 받은 토끼풀은 알아서 퍼져나가 땅을 덮는 근사한 지피식물이 된다. 주변 큰 나무에서 씨앗이 날아와 뿌리 내린 신나무와 산뽕나무가 단정한 관목으로 자라고 그 두 나무 수관 아래에는 자연이 데려온 실청사초가 다복하다. 중국에서 들여온 서부해디딤돌대출 인터넷 신청
당 밑에선 우리 자생식물 산괴불주머니와 은방울꽃과 구절초가 각각 봄과 여름과 가을에 피고 진다. 지중해 원산의 춘절국이 개화 시기가 같은 꽃마리와 참 잘 어울린다는 걸 그 카페 정원에서 배웠다.
그건 식물 한 종, 한 종을 오래 관찰하고 이해해서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드러내고자 애쓴 정원 노동자의 관심과 사랑 덕분이겠지. 그는 아마도 식물평가금액
을 차별 없이 대하는 사람일 것 같다. 그렇게 보살핌을 받은 식물은 저마다 당당하게 자기 자리에서 긍지를 지니고 살아가는 듯하다.
튤립과 사이좋게 자라며 꽃을 피우는 돌단풍 모습. 경북 봉화군 소천면에 있는 카페 정원에서 담았다. 허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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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부터 5월 초순에는 특히 돌단풍이 돋보인다. 알록달록 화려하게 핀 튤립 사이에서도 그 정원에서만큼은 돌단풍의 미모가 뒤지지 않는다. 돌에 붙어서 기왕이면 다양한 이끼(윤이끼와 털깃털이끼와 곱슬이끼 등)들 틈에서 손바닥을 활짝 펼친 모양의 초록 잎과 하얀 잔별을 닮은 꽃을 맑게 피운다. 원래 살던 자연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말서브프라임 금융위기
그대로 정말 자연스럽다. 거기에는 개량한 재배품종에서 느낄 수 없는 기품과 청초함이 있다.
말이 나온 김에 돌단풍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돌단풍은 이름 한번 잘 지었구나 싶은, 돌에 붙어살면서 단풍잎을 닮은 한반도 자생식물이다. 우리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고 자라는 식물 중에 사람이 가꾸는 정원에 이토록 절묘하게 정착한 식물이 있을까 싶mg환승론
다. 야생의 식물이 지닌 장점을 정원 안에서 인위적으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돌단풍은 원래 살던 곳에서나 그렇지 않은 곳에서나 한결같이 탁월한 구석이 있다.
이른 봄에 꽃이 피는 야생의 식물은 대개 여름이 오기 전에 흙으로 다시 돌아간다. 하지만 돌단풍은 가을 늦게까지 잎이 남아 있다. 그냥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여름 내내 무성영세민전세자금대출신용등급
하게 잎을 펼쳐 뙤약볕에 달궈진 지면을 식힌다. 가을이 오면 그냥 시드는 게 아니라 시원스레 펼친 그 잎을 고혹적으로 붉게 물들인다. 이름처럼 단풍나무 잎을 닮았고 진짜 단풍이 드는 식물이다.
땅속에서부터 시작되는 줄기
한반도의 강을 따라 굽이치는 협곡 바위 지대에 돌단풍이 산다. 큰 강의 물줄기가 처음 시작한 곳을 거슬삼성저축은행
러 올라 흐르다보면 돌단풍이 사는 자리와 닿기 마련이다. 강원도 태백시 검룡소에서 발원한 골지천이 정선군의 조양강이 되고 평창군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을 만나 영월 동강이 되고 영월읍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이 되는 그 물길의 석회암 절벽 곳곳에 돌단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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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할미꽃 필 때 그 옆에서 꽃대를 밀어 올리는 돌단풍. 허태임
나는 식목일을 즈음해 피는 동강할미꽃을 만나기 위해 그 물길 주변을 돌아다닌다. ‘한반도 지형’을 평창강이 휘감고 있는 선암마을이나 평창군 미탄면 문희마을에서 아슬랑대며 동강할미꽃에 눈을 맞추다가 바로 그 옆에서 꽃대를 으쌰 밀어 올리는아파트전세보증금담보대출
돌단풍 모습에 반하고 돌아오는 식이다. 돌단풍 뿌리는 땅속줄기인 리좀(rhizome)을 만든다. 지하경(地下莖)이라고도 하는 리좀은 지하에서 대지의 편평한 면을 따라 뻗으며 땅 위로 줄기를 밀어 올린다. 줄기가 땅속에서부터 시작되니 잎이 땅에 바짝 붙어 모여 나고 그 잎들 사이에서 이른 봄 꽃대를 내는 강인함이 나온다.
평창강과 주천강이 합류해 서강을 이루는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에는 ‘한반도 지형’으로 부르는 절경이 펼쳐져 있다. 기반 암석인 석회암이 아득한 시간을 통과하며 하천의 침식과 퇴적에 의해 만들어진 카르스트 지형이다. 2011년 명승으로 지정됐고 그 일대 하천은 ‘한반도습지’라는 이름으로 2015년 람사르습지에 등록되기도 했다.
남한강 상류에 있는 영월 고씨굴의 석회암 절벽에는 돌단풍이 닥지닥지 붙어 계절마다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남한강을 따라 돌단풍 피는 자리는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해 한강으로 흐른다.
이 같은 자생지에서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서양의 식물 애호가들 손에 이끌려 돌단풍은 일찍이 유럽과 미국에도 상륙했다.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온 여러해살이식물이라며 무크데니아라는 이름으로 돌단풍을 소개한다. 무크데니아는 만주를 가리키던 옛말 무크덴(Mukden)에서 온 말이다. 19세기 후반 유럽의 식물학자들이 돌단풍을 처음 발견한 장소의 지명을 딴 것으로, 돌단풍의 학명 ‘무크데니아 로시’(Mukdenia rossii)의 앞 단어이자 ‘돌단풍속’을 뜻한다.
동아시아에서 전세계로
돌단풍. 돌에 붙어살면서 단풍잎을 닮은 한반도 자생식물. 야생의 식물이 지닌 장점을 정원에서 인위적으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지만 돌단풍은 자연에서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사람이 가꾸는 정원에 절묘하게 정착했다. 허태임
만주의 옛 지명에서 기인한 무크데니아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돌단풍은 다소 북방계 식물이다. 덥고 건조한 여름은 좋아하지 않는다. 한여름에도 비교적 선선한 계곡의 바위 지대 같은 곳을 선호한다. 서양에서 돌단풍의 인기는 지금도 이어져, 최근에는 수호초를 대체할 훌륭한 지피식물로 통한다. 잎이 다육질이라서 단풍잎돌나물(Mapleleaf Tickfoil)이라고도 부른다. 일본에서 개발돼 미국에 수출하는 돌단풍 품종도 인기 있다. ‘시시바’(Shishiba)는 잎 색이 더 진하고 ‘카라수바’(Karasuba)는 잎끝에 진한 붉은색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정원의 나라 영국에서는 가드너들 사이에 돌단풍 재배 요령이 공유되기도 한다. 잘 자라기 위해서는 휴면기가 중요한데, 대부분 지역에서는 겨울에 자연스럽게 성장이 멈추는 시기를 가지지만 연중 기온이 온화한 지역에서는 꽃이 잘 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번식은 가을에 씨앗을 뿌리거나 늦은 겨울이나 이른 봄에 땅속줄기를 나누는 방식을 택하라고 권한다. 뿌리 내리기가 까다로울 수 있지만 한번 자리 잡으면 키우기가 매우 쉽고 오래 산다며 가끔 달팽이나 민달팽이가 어린잎을 공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병충해에 강한 편이라고도 설명한다.
돌단풍의 중요성은 국내에서도 부각됐다. 1990년부터 1997년 사이에 과거 체신부에서 야생화 시리즈 기념우표를 발행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자 대표적인 우리 자생식물을 해마다 4종씩 총 32종을 선별했다. 1993년 4집에 소개되며 우표 속에도 들어간 식물이 돌단풍이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생식물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자 과거 체신부에서 1990년부터 1997년 사이에 발행한 야생화 시리즈 기념우표 중 1993년 4집에 소개된 식물이 돌단풍이다. 우문관
우표 속 돌단풍과 똑같은 모습으로 사는 돌단풍 여러 포기가 지금 카페 정원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카페는 창이 크고 정말 깨끗한데, 그 창밖으로 정원을 감상하기 좋다. 나는 창가 자리를 주로 찾아간다. 식물성 대체유인 귀리 음료에 커피가 들어간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 ‘문화정라떼’를 주문하고는 창문 가까이 앉는다. 딱새와 할미새와 직박구리가 와서 곤충을 잡아먹거나 고양이가 느긋하게 꽃들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을 눈에 담는다. 내 속에서 바깥으로 솟은 아주 많은 글을 나는 그 카페의 안온한 풍경 속에서 쓰고 고쳤다.
지구라는 정원을 어떻게 가꿔야 할까
카페는 주변 산야와 하천과도 잘 어울린다. 창 너머를 응시하다보면 카페와 뜰과 내가 하나가 되어 카페 앞을 흐르는 현동천과 카페를 품은 청옥산의 일부가 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이 집 정원이 곧 자연이구나 싶다.
이 아름다운 카페가 곧 문을 닫는다고 한다. 돌단풍 꽃이 한창인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 소식을 들었다. 아쉬운 마음이 돌단풍 사는 굽이진 물길보다 길게 이어졌다. 카페가 문을 닫을지라도 이 정원은 여전하리라 믿는다. 정원은 정원을 가꾸는 이의 철학이 깃든 곳이니 쉽게 형성되지도, 쉽게 사라지지도 않을 테니.
작은 것을 보살피며 구성원 모두가 돋보일 수 있는 정원을 지켜온 이의 마음이, 노력이, 용기가 계속해서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곰곰 생각에 잠긴다. 지구라는 정원을 우리가 어떻게 가꾸어야 할까 하고.
돌단풍은 하얀 잔별을 닮은 꽃을 맑게 피운다. 꽃 뒤로 손바닥을 활짝 펼친 모양의 초록 잎이 보인다. 잎은 시들지 않고 가을 늦게까지 남아 고혹적으로 붉게 물든다. 이름처럼 단풍잎을 닮았고 진짜 단풍이 드는 식물이다. 허태임
허태임 식물분류학자·‘숲을 읽는 사람’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저자
※산들산들: 식물학자가 산과 들에서 식물을 통해 보고 듣고 받아 적은 익숙하지만 정작 제대로 몰랐던 우리 식물 이야기. 4주마다 연재.